[공감뉴스=현예린 기자] 납품단가연동제의 강제적 법제화는 경제적·법적 문제를 초래할 우려가 있고특히 지금과 같은 고물가 시대에는 더 큰 부작용이 우려되는 가운데 제도 추진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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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울시.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없음 |
전국경제인연합회가 10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 2층 사파이어룸에서 최근 논의되고 있는 납품단가연동제 법제화의 경제적, 법적 이슈 점검을 위해 개최한 ‘납품단가연동제 정책토론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전경련 권태신 부회장은 “납품단가연동제는 시장경제의 핵심인 가격을 직접 규제해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고, 국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더욱 약화시킬 수 있으며 산업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제도 설계가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납품단가연동제에 따른 산업계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인위적·강제적 법제화 보다는 납품단가연동제 실시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통해 납품단가연동계약을 자율적으로 확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인숙 연세대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론적으로 납품단가연동제는 정보의 비대칭성에 따른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고 비용 상승에 따른 이익 축소로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위탁기업과 수탁기업은 부품의 발주와 납품 사이에 발생하는 시장환경 변화 등 다양한 위험을 계약을 통해 공유하며, 통상 위탁기업은 수탁기업의 비용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이에 따라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시 수탁기업이 비용인상 요인을 위탁기업에게 떠넘기고, 생산비 절감을 위한 경영혁신을 소홀히 하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납품단가연동제 도입으로 비용이 상승한 기업은 최종재 가격을 인상할 수 밖에 없고 이에 따른 제품 수요 감소로 기업 이익이 축소, 결국 기업경쟁력이 약화된다는 것이다. 연세대 조인숙 교수는 “납품가격 결정은 사적계약 관계이기 때문에 강제적으로 원자재 가격을 연동하는 해외입법 사례를 찾기는 어렵다”고 주장하면서 “미국, 독일 등에서는 정부 조달계약 등에 대한 가격조정을 권장하지만, 법적으로 강제하지는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납품단가연동제로 대기업 제품 가격이 상승하면 이를 중간재화로 사용하는 중소기업의 생산비용도 상승하게 된다”면서 “시장에서 국내 중소기업의 제품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재화로 대체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실장은 “결국 납품단가연동제를 도입하면 국내 산업생태계가 오히려 취약해지고, 일자리도 감소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더욱이 소비자가격이 인상이 소비 감소와 경기 둔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고물가 시대에 매우 부적합한 정책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양준석 카톨릭대 교수는 “납품단가연동제는 단기적으로는 중소기업을 보호해주는 제도로 간주될 수 있지만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 노력을 약화시킬 수 있어 장기적인 유효성은 의문스럽다”면서 “납품가격의 공정성에 대한 평가, 중소기업의 판매처 다양화 방안 등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더(The)공감뉴스 현예린 기자(hyseong123@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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