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이 직접 개헌 과정에 참여하는 ‘국민참여 개헌’이 시대적 요구로 떠오르면서 참여 절차 전반에 대한 세밀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입법조사처가 17일 발간한 'NARS 현안분석' 보고서에서 “국민은 개헌 과정에서 의제를 형성하고 조정하며 최종 승인하는 주체가 될 수 있다”며 “이를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단계별 기본원칙 확립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의 역할은 크게 개헌 의제를 만드는 ‘형성자’, 여러 쟁점을 조율하는 ‘조정자’, 개헌안을 투표로 결정하는 ‘최종 승인권자’로 나뉜다. 최근 여러 민주주의 국가들은 특히 ‘의제 형성’ 단계에서 국민의 직접 참여를 강화하는 흐름을 보인다. 국민발안제, 국민개헌회의(공론화위원회), 의제 관련 여론조사 등 다양한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
칠레와 프랑스 사례는 국민참여 개헌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다. 칠레는 2019년 이후 제헌회의를 구성해 새 헌법 초안을 마련했으나 정치·사회적 분열과 높은 의결 정족수(3분의 2 이상)로 핵심 쟁점을 조정하지 못해 두 차례 국민투표 모두 부결됐다. 프랑스 역시 ‘국민대토론회’를 통해 광범위한 숙의를 진행했지만 논의 결과가 법적 구속력을 갖지 못했고 대통령·의회의 반대로 국민투표 단계에 도달하지 못했다.
입법조사처는 “국민참여 개헌은 단순한 절차적 참여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품질을 높이는 과정”이라며 대표성과 숙의의 실효성, 정치적 수용성을 담보할 제도 설계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를 위해 국회에 상설 ‘헌법(개정)위원회’를 설치해 국민개헌회의 구성·운영, 의제 설정 등을 함께 논의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개헌 절차와 운영규칙을 법률로 명확히 하는 것도 필수 요소로 꼽혔다.
보고서는 특히 “정치적 갈등을 중재할 수 있는 숙의 절차 이를 뒷받침할 시민교육, 전문가 지원과 의사결정 시스템 구축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이 단순한 의견 제시자가 아니라 ‘헌정질서의 능동적 설계자’로 참여하려면 체계적 준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입법조사처는 “국회가 개헌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해 신뢰를 확보하고 다양한 배경의 국민에게 실질적인 참여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며 “미래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국민참여 개헌절차 마련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